2026-08-22 · 허수빈 (수석연구원)

산업재해 예방 방법 총정리 - 사고사망 605명 통계로 본 3대 사고유형과 위험성평가 5단계, TBM 실천까지

#생활안전#산업재해예방#위험성평가#중대재해처벌법#3대사고유형#추락사고예방#tbm#소규모사업장안전#안전보건관리체계

산업재해 예방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산업재해 예방의 출발점은 우리 사업장의 위험요인을 직접 찾아내는 위험성평가입니다. 고용노동부 재해조사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사고사망자는 605명으로 전년보다 2.7% 늘었고, 이 가운데 351명이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나왔습니다. 사고의 절반 이상이 추락·끼임·부딪힘이라는 3대 사고유형에 몰려 있다는 점도 중요한데요. 생활안전문화연구원(Living Safety Culture Institute)이 위험성평가 5단계와 하루 10분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 소규모 사업장 지원제도까지 산업재해 예방의 실천 순서를 정리했습니다.

목차

지게차가 스치고 지나간 날, 현장에서 본 아차사고

생활안전문화연구원 연구진이 경기 남부의 한 금속가공 공장을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상시근로자 12명 규모의 작은 사업장이었는데요. 원자재 입고 시간이라 지게차가 자재 파레트를 들고 후진하던 중, 출하 서류를 들고 통로를 건너던 직원의 팔꿈치를 포크 끝이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부상은 없었습니다. 현장 반장은 "늘 있는 일"이라며 웃었지만, 그 통로에는 보행자 구역을 표시하는 노란 선도, 지게차 후진 경보음도 없었습니다.

돌아와 그날 확인한 내용을 목록으로 정리해 보니 몇가지 공통점이 보였습니다. 위험은 특별한 곳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동선 위에 있었고, 일하는 사람들은 그 위험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사고가 나지 않았을 뿐 사고의 조건은 전부 갖춰져 있던 셈인데요. 안전보건 분야에서는 이런 상황을 아차사고라고 부릅니다. 하인리히 법칙이 말하는 것처럼, 한 건의 중대재해 뒤에는 수십 건의 경미한 사고와 수백 건의 아차사고가 쌓여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그다음이었습니다. 이 공장이 안전보건공단의 무료 기술지도를 받아 위험성평가를 처음 실시한 뒤 6개월 만에 보행 통로 구획, 지게차 경광등 설치, 후진 시 유도자 배치라는 세 가지 조치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비용은 200만원이 채 들지 않았습니다. 산업재해 예방이 거창한 설비 투자가 아니라 위험을 발견하는 눈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사고사망 605명, 통계가 가리키는 위험의 위치

핵심은 사고가 어디에서 늘고 있는지 아는 것입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5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잠정결과를 보면 사고사망자는 605명(573건)으로 전년 589명보다 16명 증가했습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286명으로 가장 많았고, 제조업은 158명으로 오히려 17명 줄었는데요. 문제는 규모별 분포입니다.

구분사고사망자전년 대비
50인(억) 이상254명4명 증가
50인(억) 미만351명12명 증가
그중 5인(억) 미만174명22명 증가 (14.5%)

전체 사망자의 58%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나왔고, 특히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는 14.5%나 급증했습니다. 안전관리자 선임 의무가 없고 안전보건 예산도 따로 없는 곳에서 사고가 늘고 있다는 뜻입니다. 법무법인 율촌의 분석도 영세 사업장이 정책적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으며 위험성평가나 작업허가 절차가 형식적으로만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재해 유형별로는 떨어짐(추락), 부딪힘, 무너짐이 전년보다 늘었고 끼임과 물체에 맞음은 줄었습니다. 유형이 정해져 있다는 건 예방 포인트도 정해져 있다는 의미인데요. 자주 나는 사고에 자원을 집중하면 적은 비용으로도 사망사고를 크게 줄일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기억할 것이 있습니다. 2024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되었습니다.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안전보건확보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법이 요구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 곧 사고 예방의 표준 절차이기 때문에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추락·끼임·부딪힘, 3대 사고유형과 8대 위험요인

요약하면, 사망사고의 절반 이상이 세 가지 유형과 여덟 개 위험요인에서 나옵니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사고사망의 다수를 차지하는 추락·끼임·부딪힘을 3대 사고유형으로, 그 안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설비·상황을 8대 위험요인으로 정리해 집중 점검하고 있습니다.

사고유형8대 위험요인대표 예방조치
추락비계, 지붕, 사다리, 고소작업대안전난간·작업발판 설치, 안전대 부착설비, 2인 1조 작업
끼임방호장치, 정비 중 운전정지방호덮개 임의 해제 금지, LOTO(잠금·표지) 절차
부딪힘혼재작업, 충돌방지장치보행자 통로 구획, 지게차 경보장치·유도자 배치

추락: 사망사고 1위, 높이 2미터부터 관리 대상

추락은 매년 사고사망 원인 1위입니다. 특히 이동식 사다리는 가장 흔하고 가장 과소평가되는 위험요인인데요. 사다리 위에서는 최상부 발판 작업 금지, 3.5미터 초과 시 작업 금지, 안전모 착용이 기본입니다. 지붕 작업은 채광창 파손으로 인한 추락이 반복되는 만큼 안전발판 없이 올라가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끼임: 기계를 멈추지 않은 정비 작업이 부른다

끼임 사고의 전형은 두 가지입니다. 방호장치를 임의로 풀어놓고 작업하다 말려 들어가는 경우, 그리고 기계가 멈춘 줄 알고 정비하다 갑자기 재가동되는 경우입니다. 정비·청소·수리 전에는 반드시 전원을 차단하고 잠금장치와 표지판을 부착하는 LOTO 절차를 지켜야 합니다. 이 절차 하나만 제대로 자리 잡아도 제조업 끼임 사망의 상당수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안전보건공단의 설명입니다.

부딪힘: 지게차와 사람이 같은 길을 쓸 때

부딪힘 사고의 다수는 지게차 등 차량계 하역운반기계와 보행자가 동선을 공유할 때 발생합니다. 앞서 소개한 금속가공 공장의 아차사고가 정확히 이 유형이었는데요. 보행 통로 구획, 후진 경보음과 경광등, 시야 확보가 어려운 구간의 유도자 배치가 기본 대책입니다.

위험성평가 5단계, 소규모 사업장 실전 가이드

결론부터 말하면 위험성평가는 전문가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사업주와 근로자가 함께 사업장을 돌며 위험을 찾고, 큰 위험부터 줄여나가는 절차입니다. 2023년 개편 이후에는 빈도·강도를 숫자로 계산하지 않아도 되는 체크리스트법, 핵심요인 기술법(OPS), 3단계 판단법 같은 간편한 방법이 공식적으로 인정되고 있어 소규모 사업장의 부담이 크게 줄었습니다. 절차는 다음 순서로 진행합니다.

  1. 사전준비 — 평가 담당자와 참여 근로자를 정하고, 기계·설비 목록, 공정 순서, 과거 아차사고 기록을 모읍니다.
  2. 유해·위험요인 파악 — 현장을 직접 돌며 3대 사고유형과 8대 위험요인 중심으로 위험을 찾습니다. 현장 근로자의 의견 청취가 법적 절차이자 가장 정확한 정보원입니다.
  3. 위험성 결정 — 찾아낸 위험 각각에 대해 상·중·하 수준을 판단하고 허용 가능한지 결정합니다.
  4. 감소대책 수립·실행 — 위험성이 높은 것부터 제거 → 대체 → 공학적 대책 → 관리적 대책 → 보호구 순으로 조치합니다.
  5. 기록·공유 — 결과를 기록해 3년간 보존하고, TBM 등을 통해 전체 근로자에게 공유합니다.

예를 들어 앞의 금속가공 공장이라면 이렇게 진행됩니다. 지게차와 보행자 동선이 겹치는 통로를 위험요인으로 파악하고, 매일 반복되는 데다 사망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위험성을 상으로 결정합니다. 감소대책으로는 동선 분리가 어려우니 보행 통로 구획과 경광등 설치, 후진 시 유도자 배치를 정하고 실행 날짜와 담당자를 기록하는 것입니다. 한 바퀴 도는 데 반나절이면 충분합니다.

처음이라면 최초평가를 한 번 하고, 이후 설비나 공정이 바뀔 때 수시평가, 1년 주기로 정기평가를 반복하면 됩니다. 매월 아차사고와 개선사항을 짧게 점검하는 상시평가로 갈음하는 방식도 가능한데요. 안전보건공단 위험성평가 지원시스템(KRAS)에서 업종별 표준 모델을 내려받아 우리 사업장에 맞게 고치는 것이 가장 빠른 시작 방법입니다. 완벽한 문서를 만드는 것보다, 현장에서 실제로 위험 하나를 없애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하루 10분 TBM과 소규모 사업장 지원제도

위험성평가가 뼈대라면 TBM은 그것을 매일 살아 있게 만드는 근육입니다. 고용노동부 TBM 가이드는 작업 전 10분 내외로 작업자들이 모여 그날의 작업 내용과 위험요인, 안전한 작업절차를 확인하는 활동으로 TBM을 정의합니다. 여기서 공유해야 할 가장 중요한 내용이 바로 해당 작업의 위험성평가 결과입니다.

진행은 세 단계면 충분합니다. 전날 관리감독자가 작업계획과 위험요인을 미리 확인하고(준비), 당일 아침 작업자들과 위험요인·대책을 묻고 답하며 공유하고(실행), 작업 후 아차사고나 개선 의견을 다음 TBM에 반영하는(환류) 구조인데요. 일방적인 전달보다 "오늘 이 작업에서 뭐가 제일 위험할까요"라고 묻는 쌍방향 진행이 효과적입니다. 매일 하다 보면 형식화되기 쉬운데, 그럴때는 요일별로 주제를 바꾸거나 근로자가 돌아가며 진행하는 방식이 도움이 됩니다.

소규모 사업장이 활용할 수 있는 지원제도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 클린사업장 조성지원 — 50인 미만 사업장의 위험설비 개선 비용을 안전보건공단이 지원합니다.
  •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 — 전문기관이 사업장을 방문해 위험성평가부터 체계 구축까지 무료로 도와주는데요, 관할 공단 지역본부에 신청하면 받을 수있습니다.
  • 산재예방시설 융자 — 안전설비 투자 비용을 장기 저리로 빌려주는 제도입니다.

기존 방식과의 차이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과거의 안전관리가 정부 감독과 사후 처벌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사업장이 스스로 위험을 찾아 줄이는 자기규율 예방체계가 기본 틀입니다. 정부가 채크리스트를 주는 것이 아니라 사업장이 자기 위험지도를 그리는 방식으로 바뀐 것인데요. 그 지도를 그리는 도구가 위험성평가이고, 매일 꺼내 보게 만드는 습관이 TBM입니다.

FAQ

안전 전문가가 없는 5인 규모 사업장도 위험성평가를 직접 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2023년 개편으로 체크리스트법, 핵심요인 기술법(OPS), 3단계 판단법 등 간편법이 공식 인정되어 전문 지식 없이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안전보건공단 위험성평가 지원시스템(KRAS)의 업종별 표준 모델을 받아 우리 사업장 설비 목록에 맞게 수정하는 방식이 가장 쉽고, 무료 컨설팅 지원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TBM은 매일 해야 하나요?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고용노동부 가이드 기준 작업 전 10분 내외가 권장됩니다. 고위험 작업이 있는 날은 반드시 실시하고, 반복 작업 위주 사업장이라면 주 2\~3회로 조정해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횟수보다 내용으로, 그날 작업의 위험성평가 결과가 실제 작업자에게 전달되는지가 핵심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우리 사업장에도 적용되나요? 2024년 1월 27일부터 상시근로자 5인 이상이면 업종과 관계없이 적용됩니다. 사망사고 발생 시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위험성평가를 포함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이 의무의 핵심이므로, 위험성평가 실시 기록이 곧 의무 이행의 증거가 됩니다.
위험성평가와 일반 안전점검은 무엇이 다른가요? 안전점검이 소화기 위치나 설비 상태처럼 정해진 항목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활동이라면, 위험성평가는 우리 사업장 고유의 작업 방식에서 사고 가능성을 찾아 우선순위를 정하고 줄여나가는 절차입니다. 점검은 현재 상태 확인, 위험성평가는 사고 시나리오 발굴과 개선이라는 점이 다르며, 근로자 참여가 법적 요건이라는 점도 차이입니다.
비용이 부담되는데 정부 지원을 받을 방법이 있나요? 50인 미만 사업장은 클린사업장 조성지원으로 위험설비 개선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고,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은 무료로 제공됩니다. 산재예방시설 융자로 장기 저리 대출도 가능합니다. 관할 안전보건공단 지역본부나 공단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됩니다.

같이 읽으면 좋은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