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30 · 백준영 (책임연구원)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 총정리 - 탁자 아래 대피와 흔들림 1분 대응부터 가스 차단·옥외 대피장소·비상 키트 준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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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할 일은 밖으로 뛰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튼튼한 탁자 아래로 들어가 다리를 붙잡고 머리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강한 흔들림은 보통 1~2분 안에 멈추기 때문에, 그 짧은 시간에 낙하물과 넘어지는 가구를 피하는 것이 생존을 가릅니다. 2024년 한 해에만 국내에서 지진이 87회 발생했고 규모 3.0 이상도 7회 관측됐습니다. 더 이상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며, 흔들림이 멈춘 뒤 가스와 전기를 차단하고 계단으로 대피하는 순서를 몸에 익혀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목차

지진 대비, 왜 지금 중요한가

오랫동안 우리는 "한국은 지진이 없는 나라"라고 배웠습니다. 그 인식이 깨진 결정적 사건이 2016년 9월 12일 경주 지진이었는데요. 규모 5.8로 1978년 기상청이 계기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강력했고, 지속 시간은 약 10초에 불과했지만 인천·충북·전남까지 전국에서 흔들림이 느껴졌고 23명이 다쳤습니다.

이듬해 2017년 11월 15일 포항 지진은 규모 5.4로 경주보다 약했지만, 진원이 얕아서 피해는 오히려 더 컸습니다. 1명이 숨지고 117명이 부상했으며, 수능이 일주일 연기되는 초유의 일도 있었습니다. 규모의 숫자만으로는 위험을 다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 두 지진이 보여줬습니다.

통계로 보면 흐름은 더 분명합니다. 기상청 집계상 디지털 관측이 자리잡은 이후 규모 2.0 이상 지진은 연평균 72.8회, 규모 3.0 이상은 연평균 10.5회 발생합니다. 2024년에는 총 87회가 관측됐고, 그중 부안 지진은 여진이 107일 동안 33차례나 이어졌습니다. 큰 지진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여진이 길게 반복된다는 점이 핵심인데요.

지진발생 시기규모특징
경주 지진2016.95.8계기관측 이래 최대, 부상 23명
포항 지진2017.115.4진원 얕아 사망 1명·부상 117명
부안 지진2024.64.8여진 107일간 33회 지속

숫자가 말해주는 결론은 간단합니다. 지진은 예보가 불가능하고, 흔들림이 시작되면 스스로 판단해 움직일 시간이 몇 초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몸이 기억하는 행동요령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지진의 위험은 규모라는 숫자 하나로만 결정되지 않습니다. 진원의 깊이, 지반의 성질, 건물의 노후도가 함께 작용합니다. 포항 지진이 경주보다 규모는 작았는데도 피해가 컸던 이유가 바로 얕은 진원과 무른 지반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사는 지역이 상대적으로 무른 퇴적층 위에 있는지, 건물이 언제 지어졌는지를 한 번쯤 확인해두면 대비의 우선순위를 정하기가 쉬워집니다.

흔들리는 순간, 60초를 살리는 법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지진 초기 대응 원칙은 세 단어로 요약됩니다. 엎드리고(Drop), 가리고(Cover), 붙잡아라(Hold On)입니다. 우리 국민재난안전포털의 행동요령도 이 원칙과 정확히 같습니다.

1단계 - 엎드리기

흔들림을 느끼는 순간 자세를 낮춥니다. 서 있으면 넘어지면서 다치기 쉽고, 무엇보다 떨어지는 물건에 머리를 맞을 위험이 큽니다. 몸을 낮추는 것만으로도 중심을 잡고 다음 행동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2단계 - 가리기

튼튼한 탁자나 책상아래로 들어가 머리와 몸을 보호합니다. 사무실이라면 책상 아래로 들어가 웅크리고, 주변에 마땅한 가구가 없으면 방석이나 가방으로 머리를 감쌉니다. 유리창과 큰 가구, 텔레비전에서는 최대한 떨어져야 합니다.

3단계 - 붙잡기

탁자 아래로 들어갔다면 탁자 다리를 두 손으로 꼭 잡습니다. 흔들림 때문에 탁자 자체가 이동할 수 있어서, 붙잡고 함께 움직여야 몸이 보호막 밖으로 노출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가장 흔한 오해가 "무조건 밖으로 뛰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강한 흔들림 속에서 뛰다가 넘어지거나, 건물 밖으로 나가는 길에 떨어지는 간판·유리에 맞는 사고가 오히려 많습니다. 흔들림은 대개 1~2분 안에 끝나므로, 그 시간 동안은 실내에서 몸을 보호하는 편이 안전한 경우가 많습니다.

장소별 행동요령 한눈에 보기

지진은 내가 어디에 있을 때 닥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장소마다 판단 기준을 미리 정리해두면 당황을 줄일 수 있는데요. 제가 재난 안전 교육 현장에서 반복해 강조하는 상황별 요령을 정리했습니다.

몇 해 전 경주 지진 직후 진행한 주민 대상 교육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참가자 대부분이 "지진이 나면 무조건 계단으로 뛰어 내려가야 한다"고 답했는데, 정작 흔들리는 동안 몸을 낮추고 머리를 가리는 자세를 해본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실제 상황을 가정해 탁자 아래로 들어가 다리를 붙잡는 동작을 한두 번 반복하게 했더니, 그제야 "머리로 아는 것과 몸이 하는 것이 다르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행동요령은 읽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한 번이라도 몸으로 해봐야 실제 순간에 나온다는 점을, 그 자리에서 다시 확인했습니다.

장소흔들리는 동안멈춘 뒤
집·사무실탁자 아래로, 다리 붙잡기가스·전기 차단, 문 열어 출구 확보
백화점·마트진열장 반대편, 계단·기둥 근처로안내에 따라 계단으로 대피
극장·경기장가방으로 머리 보호, 자리에서 대기안내 방송 후 순차 대피
엘리베이터 안모든 층 버튼 누르기먼저 열리는 층에서 내려 계단 이용
운전 중비상등 켜고 우측 정차열쇠 꽂아둔 채 라디오 정보 확인

특히 엘리베이터는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지진이 나면 정전으로 갇힐 수 있어서, 타고 있던 중이라면 모든 층 버튼을 눌러 가장 먼저 열리는 층에서 내린 뒤 계단으로 이동합니다. 대피할 때는 절대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습니다.

바깥에 있을 때는 건물, 담장, 유리창, 간판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가방이나 손으로 머리를 보호하며 운동장이나 공원 같은 넓은 공간으로 이동합니다. 산에 있다면 돌이나 흙이 무너져 내리는 비탈을 피해 평탄한 곳으로 가고, 바닷가에서는 지진해일 특보가 내려지면 지체 없이 높은 곳으로 대피해야 합니다.

몸이 불편한 분이나 어린이, 고령자와 함께 있을 때는 흔들림이 멈춘 직후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미리 역할을 정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휠체어 사용자는 바퀴를 고정하고 몸을 앞으로 숙여 머리와 목을 가립니다.

흔들림이 멈춘 뒤 대피 순서

흔들림이 멈췄다고 끝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때부터가 침착하게 움직여야 하는 구간인데요.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가스와 전기를 차단합니다. 지진 후 화재의 상당수는 새어 나온 가스와 손상된 전선에서 시작됩니다. 밸브를 잠그고 두꺼비집(누전차단기)을 내려 2차 피해를 막습니다.

둘째, 문을 열어 출구를 확보합니다. 건물이 뒤틀리면 문이 열리지 않아 갇힐 수 있어서, 흔들림이 멈추자마자 현관문을 열어두는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신발을 신습니다. 깨진 유리 조각과 떨어진 물건 때문에 맨발로 이동하면 발을 다치기 쉽습니다. 실내라도 반드시 신발이나 슬리퍼를 착용합니다.

넷째, 계단으로 대피합니다. 엘리베이터는 절대 이용하지 않고, 건물과 담장에서 멀리 떨어져 넓은공간으로 이동합니다. 차량은 도로를 막아 구조·구급을 방해하므로 걸어서 대피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대피한 뒤에는 라디오나 재난문자, 공공기관 안내에 따라 행동합니다. 이때 다친 사람이 있으면 기본적인 응급처치가 필요할 수 있는데, 심정지 상황이라면 즉시 가슴압박을 시작해야 합니다. 여진은 며칠에서 몇 주까지 이어질 수 있으므로, 손상된 건물에는 다시 들어가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집을 지진에 강하게 만드는 준비

지진 대비는 흔들리는 순간의 행동만이 아닙니다. 평소 집안 환경을 바꿔두면 부상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진 부상의 상당수는 건물 붕괴가 아니라 넘어진 가구와 떨어진 물건 때문에 생깁니다.

가구 고정하기

키 큰 책장, 냉장고, 서랍장은 L자 브래킷이나 고정 벨트로 벽에 단단히 붙여둡니다. 침대나 소파 머리맡에 무거운 물건이나 액자를 두지 않는 것도 중요한데요. 잠든 사이 지진이 오면 이런 낙하물이 가장 위험합니다.

물건 배치 점검하기

  • 무거운 물건은 선반 아래칸에, 가벼운 물건은 위칸에 둡니다
  • 유리 그릇과 액자는 문이 달린 수납장 안에 보관합니다
  • 현관까지 이어지는 대피 통로에는 물건을 쌓아두지 않습니다

취약 지점 확인하기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오래된 주택이라면 전문가의 안전점검을 받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가스레인지 주변, 창가, 큰 거울 앞처럼 흔들릴 때 위험한 자리를 미리 파악해두면, 지진이 났을 때 어디로 피해야 할지 순간적으로 판단하기 쉬워집니다. 집 안에서 몸을 보호할 수 있는 튼튼한 탁자의 위치를 가족 모두가 알고 있어야 합니다.

비상 키트와 가족 대피 계획

지진 이후에는 전기·수도·통신이 끊기고 상점이 문을 닫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소 3일을 버틸 수 있는 비상 키트를 미리 꾸려두는 것이 좋은데요. 가방 하나에 담아 현관 가까운 곳에 두고, 유통기한이 있는 품목은 반기에 한 번씩 점검합니다.

분류준비물
식수·식량생수, 통조림, 즉석식품, 초코바
응급·위생구급함, 상비약, 마스크, 물티슈
정보·전력손전등, 건전지, 휴대용 라디오, 보조배터리
서류·현금신분증 사본, 비상금, 가족 연락처 메모

가족이 흩어져 있을 때를 대비한 계획도 필요합니다. 지진 직후에는 통화가 폭주해 전화 연결이 잘 안 되므로, 집 근처 대피장소를 미리 하나 정해두고 "무슨 일이 생기면 그곳에서 만난다"는 약속을 해두면 좋습니다. 문자메시지나 재난 안전 앱은 통화보다 잘 전달되는 경우가 많으니 연락 수단도 여러 개로 준비해둡니다.

우리 동네 지진 옥외대피장소와 실내구호소는 국민재난안전포털이나 안전디딤돌 앱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있다면 학교와 어린이집의 대피 절차도 함께 확인해두면 안심이 됩니다. 계획을 세워두는 것 만으로도 실제 상황에서의 혼란이 크게 줄어둡니다.

FAQ

지진이 나면 정말 밖으로 나가면 안 되나요?

강한 흔들림이 이어지는 동안에는 밖으로 뛰어나가기보다 실내에서 탁자 아래로 들어가 머리를 보호하는 것이 더 안전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동 중에 넘어지거나 떨어지는 간판·유리에 맞을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흔들림이 멈춘 뒤에 계단을 이용해 넓은 곳으로 대피하는 순서를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내진설계가 안 된 오래된 집에 살아도 대비가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건물 자체를 바꾸기 어렵더라도 가구를 벽에 고정하고, 침대 머리맡의 낙하물을 치우고, 비상 키트를 준비하는 것만으로 부상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여력이 되면 전문가의 내진 안전점검을 받아 취약 지점을 확인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여진은 언제까지 조심해야 하나요?

여진은 본진 이후 며칠에서 길게는 몇 주, 때로는 몇 달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2024년 부안 지진의 경우 여진이 107일 동안 33차례 관측됐습니다. 큰 지진 뒤에는 손상된 건물에 다시 들어가지 말고, 재난문자와 공식 안내를 계속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지진이 났을 때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으면 어떻게 하나요?

모든 층의 버튼을 눌러 가장 먼저 열리는 층에서 신속하게 내린 뒤 계단으로 이동합니다. 정전으로 갇힐 수 있으니 대피할 때도 엘리베이터는 절대 이용하지 않습니다. 혹시 갇혔다면 인터폰이나 휴대폰으로 구조를 요청하고 침착하게 기다립니다.

비상 키트는 얼마나 준비해야 하나요?

최소 3일 이상 버틸 수 있는 양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생수와 비상식량, 구급함과 상비약, 손전등과 휴대용 라디오, 보조배터리, 신분증 사본과 비상금을 가방 하나에 담아 현관 가까이 두면 됩니다. 유통기한이 있는 품목은 반년에 한 번씩 점검해 교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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